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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할 자유

공동체에서 아이 키우기 제 9편

2019-02-09

skating

지니는 에버하르트의 공동체 교육 소책자를 번역하며 양육 체험을 연재로 쓰고 있다오늘은 미국 팍스힐 브루더호프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아이들은 뭐든지 도전하기 좋아하고, 스스로 해내려는 성향이 있다.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는 일련의 위험한 일들, 예를 들면 나무 타기나 말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쥐고 말 등에 올라타 말을 길들이는 일을 아이들이 할 때는 어른의 간섭이 가능한 적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른과 아이 사이의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도전할 자유 안에서 아이들은 최상의 보호를 받게 된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란, 소심한 어른들의 과잉보호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위험한 상황에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돕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어른들의 능력을 초월하는 세심한 보호의 손길이 아이들 곁에 있음을 믿는 것이다."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공동체에서 아이들 교육> (한국어 미발간)에서


으앙~ 으앙~”

며칠 저녁, 목욕을 하고 있던 예찬이가 난데없이 울기 시작했다.

(예찬이는 며칠 후면 만으로 다섯 살이 되는 우리 아들 막내다.)

예찬아, 그래?”

아빠, 다리 아파. 아야! 아야!”

욕조 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이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이유인즉슨 그날 저녁 예찬이는 난생처음 스케이트를 탔는데, 그만 다리에 알이 배겨 버린 것이다.

예찬이의 스케이트 이야기는 지난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가족이 사는 여우고개 브루더호프 미국 뉴욕 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겨울이 되면 호수가 꽁꽁 얼어붙을 만큼 추워진다.

지난 겨울도 어김없이 추웠고, 아이들은 지난 한해 무럭무럭 자란 만큼 치수가 커진 스케이트를 바라보며 공동체의 호수가 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스케이트 시즌을 알리는 교장 선생님의 발표가 점심시간에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고, 그날부터 어른, 아이 없이 너도나도 매끄러운 빙판 위를 신나게 내달렸다.

우리집도 주말이 되면 큰아들 여호부터 시작해 둘째 이레’, 셋째 다벨까지 스케이트를 양손에 들고 호수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예찬이는 그저 부츠만 신은 빙판 위를 이리저리 뛰어 다닐 뿐이었다.

그러던 녀석이 심각하게 우리에게 던진 마디, “엄마, 아빠, 나도 스케이트 필요해.”

순간, 우리 부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질문들로 복잡해졌다.

스케이트 배우기의 적정 연령대는?’

이른 스케이트 타기가 아이의 근육과 골격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어린이 스케이트 타기의 안전사고 유형과 대처 방안은?’

당시 예찬이는 겨우 . 그렇다 겨우 이었다.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는.

우리는 녀석의 요구를 두고 아이들이 잠든 고요한 저녁시간에 서로 진지하게 의논했다.

그리고, 결론은 너는 아직 어려. 그리고 스케이트는 너무 위험해. 그래서 안돼.”였다.

글을 읽는 여러분이 어린아이를 부모라면 예찬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이 것이다.

녀석은 자기 또래 중에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반론을 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정한 것을 다시 뒤엎을 수는 없었다. 되는 되는 거니깐.

그렇게 예찬이는 스케이트 없이 지난겨울을 보냈고, 아마도 녀석은 다시 겨울이 오길 기다렸나 보다.

형들의 새로 받은 스케이트 이야기가 녀석의 귓속으로 들어갔고,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자신의 스케이트 타기의 당위성에 대해 주장하기 시작했다.

우리 반에 친구 명은 벌써 스케이트 타는 배웠어. 그리고 나도 많이 컸어.”

제법 단호하게 말하는 녀석의 요구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장성한 공동체의 몇몇 부부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예찬이가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스케이트를 시작해도 될까요?”

물론 앞서 열거한 우리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우려를 덧붙여서 말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찬이가 하고 싶어하면 하게 하세요.”

, 뭐라고?’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아이가 뭔가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부모는 전적으로 아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합니다. 일이 정말 나쁘거나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요. 부모는 울타리가 되어 아이가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있도록 주어야 합니다.”

아차, 그거였구나.’

우리는 예찬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치우친 나머지, 아이가 자라도록 돕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거다.

오늘도 역시 호수의 빙판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예찬이에게 스케이트를 타러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다리에 알이 배겨 힘들 텐데, 녀석은 아랑곳 않고 새로 받은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서 걸음마를 하고 있다.

살금살금 걸음 걷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 그리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차오른다.

녀석의 엄마, 아빠는 아들을 보호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불혹을 눈앞에 두고 배운 스케이트로 발치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다.


오지니의 공동체에서 아이 키우기 시리즈를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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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니

오지니는 영국 다벨 공동체에서 살면서 용서하고 사랑하며 가족, 이웃들과 하나님 나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보이스 블로그의 한국어 변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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