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고? 깃털이나 달고 날라 다니는 거? 그런 것들을 관찰씩이나 하다니… 눈처럼 흰 백로 따위나 큰 점박이 딱따구리를 봤다고 나의 하루가 밝아지기나 한단 말인가. 물론 우아하게 날아 다니는 것들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긴 하다. 그래, 송골매의 곡예 비행이나 청딱다구리가 활 모양으로 솟아오르는 우람찬 모습에 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응하기는 할 테다. 그러나 방금 나를 지난친 것이 금방울새인들 은방울새인들 어떠하랴. 점박이 부엉이가 닭고기 맛이 난다는 정보라면 모를까.
이렇게 내 마음이 볼썽사납게 된 건 새라면 죽고 못 사는 족속들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 말이다. 쌍안경을 하나같이 목에다 걸고 현장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자신들의 관찰 기록장에 새롭게 발견한 조류라고 으쓱거리며 적어댄다. 올해는 정말 개똥지바귀가 일찍 울어댄다는 둥 하며 이것이야말로 기후 변화의 명백한 증거라고 떠든다. 맙소사! 이들은 양키 팬들과 같은 패들이다. 나를 정말 괴롭히는 것은 꼬리를 흔들어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들의 열심이 아니라 이런 한심한 짓거리에 다른 이들도 동참하겠거니 지레짐작하는 그들의 뻔뻔함이다.
다벨 학교의 아이들이 조류관찰을 시작했다. 나의 아이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각 학급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려 한다. 예를 들면 아홉 살 된 우리 아들은 삼십 종류의 조류가 적힌 목록을 받아왔다. 아이들의 시각을 새롭게 넓히며 생명과 창조 세계에 대한 경이감(어른들은 당연시 여기는)을 일깨우는 것이란다. 내 안에 욱하는 저항에도 불구하고, 우리 창가 앞에 놓인 새 모이총에 모여드는 각종 새들을 식구들과 지켜보며 아들과 함께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장남이 가져온 과제는 좀 더 복잡했다. 걔네 반은 “희귀 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아이들이 그 동안 관찰한 새들의 종류를 학급에 기록해 놓고, 희귀 종 목록에 속한 것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 상을 받는데, 이번 상품은 쵸코바라는 것이다.
“아빠,” 아들이 말한다, “우리 호크허스트 낚시터에 가야 돼. 거기 가면 엄청, 진짜 새들이 끝내주게 많대. 우리 반 애들 거의 다 희귀한 새를 거기서 봤대. 나만 빼고…”
“아들,” 내가 말한다, “그 쵸코바나 따자고 그 따위 낚시터까지 내가 운전할 성 싶으냐? 그럴 가치도 없을 뿐더러 시간도 없어. 임마, 내가 네 동생들 보기도 바쁘고 할 일도 얼마나 많은데… 거기 간다 치더라도, 네가 찾는 새들은 아마 다 날라 갔거나 새로운 거라 할지라도 희귀 종이 아닐 테니…”
“에이, 아빠, 진짜 말귀 못 알아듣네! 나 빼놓고 다른 애들은 목록에 다 올렸다니까.”
이렇게 옥신각신 며칠을 다투고 있다. 아들은 점점 그 놈의 낚시터에 희귀 새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을 거라 철썩 같이 믿는 반면, 나는 거기에 가는 건 정말 쓸데 없는 낭비라고 확신했다.
결국 아내 올리비아가 끼어 들었다. “정말, 세상에! 당신도 아빠야?” 그녀가 말한다, “당신이 뭐라고 그랬어. 당신 애들이 주도적으로 자라길 바란다 어쩐다 하더니 애들이 뭘 하길 원하면 왜 짓밟아?” 깨갱, 꼬리를 내린다. 이제 관건은 어떻게 아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면서 말을 바꾸느냐다. 흠, 결국 나는 빠지고, 아는 사람들 편에 아들을 끼워서 낚시터에 보냈다. 아들은 붕붕 뜬 상태로 돌아왔다. 혹고니, 붉은부리흰죽지 오리, 회색 기러기를 봤단다. 오는 길에는 꿩 몇 마리를 칠 뻔했단다. 결국 아들은 그 놈의 쵸코바를 손에 쥐었다.
어느 날 저녁, 근처 호수 주변을 아들 세 녀석과 무릎만치 자란 풀섶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리 위로 커다란 새가 나무 꼭대기 위로 지나 오는 것이 아닌가. 날개짓도 아니하고 휘도는 것이 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어.연처럼 나네!’ 낮은 각도로 멀리서 보아 그런지 꼬리를 잘 볼 수가 없었는데, 갈퀴 같다는 것은 명백했다. 아들들에게 저게 뭐냐고 묻기 전에 나는 잠시 동안 혼자 쳐다 보았다. 그런데 우리 큰 아들이 봤다. “연이야!” 소리를 지른다. “붉은 연, 솔개다!” 이 아이는 더 잘 보려고 다른 쪽으로 달려간다. 나는 다른 두 녀석을 붙잡아 둔다. 아이들은 흥분해 어쩔 줄 모른다. 실은 나도… 빌어먹을!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다음은 뭐야,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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